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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무 비제이 김오이의 일상다반사

가네시로 가즈키 go中 본문

일상다반사

가네시로 가즈키 go中

유튜브김오이 2018. 3.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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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안에서 손이 닿는 만큼만 손을 뻗어야 다치지 않고 살 수 있지. 그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


시시해.

가네시로 가즈키(go 中)



 학창시절 가장 친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5학년때 전학을 와서 6학년 때 친구가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까지 친하게 지냈다. 정말 멋진 친구라고 생각해서 항상 같이 보내는 것이 좋았던 친구인데, 열여덟살이 되던 해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건 청소년기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세상이 무너진 듯했고, 그런 큰 상실감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이 때까지 보던 세상을 보던 눈이 달라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당시에 나는 친구사이인데도 이 녀석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고, 이후 만난 모든 멋진 사람들에게서 이 친구의 모습을 보곤 했다. 비트의 정우성,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속 순신이나 히로시 같은 녀석이었다. 이후에 녀석도 매우 여린 녀석이었다는 걸 다른 친구를 통해 듣고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우리에게 보여준 강한 모습만이 뇌리에 남았다. 녀석의 약한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끝내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녀석이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은 것도 속상하다. 왜 우리 앞에서는 리더인 척 의젓한 척만 하려 했던 것인지, 속상한 일로 펑펑 울기도 하고 고민을 모두 털어놓고 그랬다면 조금의 위로는 되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친구를 많이 의지했는데, 나는 그 친구에게 그렇게 의지가 되는 친구가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드니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이런 류의 이야기에 심취했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냥 놓칠수가 없었고, 멋진 친구가 나와서 신나게 모험을 하며 사는 이야기들에 친구 모습을 오버래핑하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 무리에 나와 친구를 대입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울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선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원 안에서 손이 닿는 만큼 손을 뻗어야 다치지 않고 사는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쉬이 보았고,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부딪치는 삶을 동경했다. 나와 친구들 모두 그런 삶을 선으로 보았다. 철이 들기 전까지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면서 그렇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우습게 보고 시시하게 보곤 했던 것이다.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하며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동경은 아직도 그대로며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 분야를 요즘 개인 인터넷 방송과 글쓰기로 갈피를 잡았다. 음악을 해보기도 했고, 여행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방송과 글쓰기인 것이다. 쉽지만은 않은 길이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원 안에서 손이 닿는 만큼만 손을 뻗어 다치지 않기 위해 사는 삶을 더이상 시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시하게 살지 않기 위한 노력을 모두 포기한 채 본인이 지켜야 할 것을 위해서 다치지 않게 살아가는 삶은 시시하지 않고 되려 숭고한 삶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지켜야할 것을 지키이 위해, 생을 위한 방편으로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내 신상에 큰 이변이 나지 않는 한 성실하게 일을 할 것이고, 이 직장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삼십대에 접어들고,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 것 같은 시점이 되자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힘들어졌다. 원 밖으로 손을 뻗기가 힘들어졌지만, 내가 겨우 만들어놓은 이 원을 쉽사리 치워버리고 허공에 손사레를 치려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시시하지만은 않다. 삶의 무대가 달라졌을 뿐 생활이 되어 적응이 되면 그곳이나 이곳이나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감에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을 한다. 


 그냥 즐겨보던 웹툰에서 예전에 읽은 소설의 글귀를 보고는 옛 친구가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마침 얼마 전 친구의 기일도 무심히 야근을 하며 넘기고, 한주 뒤인 친구의 생일도 일을 하며 무심히 지나친 것이 떠올랐다. 아차, 평소에는 거의 잊고 살고 있구나, 싶었다. 머릿속의 열여덟 친구는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는데 아마 생이 끝날 때 까지 잊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을 알게된 후 5년만에 녀석을 잃었고,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완전히 무뎌지지는 못하고 가끔씩 오는 저릿한 감정은 여전하다. 추억이나 아쉬움 같은 것들이 마구 떠오르곤 한다. 아마 또 한참은 잊고 살다 문득 생각이 나겠지. 그냥 나는 무던히 당시에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삶을 묵묵히 살아가야겠다. 가끔씩 활력이 되는 즐거운 일들도 하면서 말이다. 뭐 또 가끔 울적하거나 마음이 무거운 날이면 녀석이 생각이 날거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언젠간 만날 날이 있지 않겠나. 그때까지는 또 한동안 녀석을 잊고는 신나게 열심히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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