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천이 한 말 - 근사록

"일시적 감격으로 죽음에 이르기는 쉬우나, 어떤 일에 마주쳤을 때 마음 편히 느긋하게 어떤 것이 의인가를 생각해서 몸을 처하는 것은 한층 어려운 일이다." 

정이천이 한 말 - 근사록

일시적 감격으로 한몸을 희생하여 본인의 목숨을 던지는 것보다, 어떤 것이 의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 처신을 하기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 어느 화장실 소변기 위에 적힌 글귀였다. 물론 희생이란 매우 숭고하고 가슴 벅찬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본인이 옳은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 군중의 환호, 환희, 공명심, 착각, 세뇌에 의하여 어떠한 종류의 감격에 쉽싸여 칭송을 받으며 몸을 던지는 것보다, 본인이 곰곰이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이 정말 의인가를 생각해서 신중히 몸을 처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 같다. 시대적 의제를 다룬 영화를 보며 웅장한 연출로 주인공들의 희생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며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동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생각들에 고민을 하게 된다. 의와 불의의 절대성, 입장차이, 해당 이슈에서 의인으로 칭송받던 사람들의 이면을 마주했을 때의 불쾌한 감정 등등, 일시적 감격으로 죽음에 이르는 정말 극단적인 다른 사례로는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들이 있다. 아무리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종교적 세뇌로 인해 목숨을 던지기 전까지의 고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더 사유할 수 있었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에 의심을 갖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용왕매진 하는 것과, 그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의문을 품으며 신중히 행동하는 것, 어느 쪽이 바른 선택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매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한 자들은 보통 전자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그런 과단성이 비단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정의, 행동, 실천, 관망 많이 고민해본 문제지만 답이 분명히 나오지가 않는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나를 희생하여 의를 추구한 적이 없었고, 고민은 많았으나 쉽사리 행동으로 옮긴 적이 많지 않았다. 행동하고 실수하고 잘못을 고쳐나가기보다는 생각이 앞섰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명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작정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만 빠져있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닐거다. 실천을 하되 맹목적이지 않고, 생각을 하되 침잠하지 않도록 경계를 하는 것, 계속해서 주의해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