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인간은 분명히 아침형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리라. 아침 저녁을 막론하고 깨어있을 수 있을만큼 깨어있다가 스르르 저절로 잠이 들어 저절로 잠이 깰 때까지 잠을 자야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음이 틀림없다. 아마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평균수명이 십년은 더 늘어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남의 돈을 벌기 위해 내가 맡은 직무를 충실히 시간내에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저녁에는 꼭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보통은 잠이 덜 깼음에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이건 톱니바퀴다. 나는 나보다 큰 바퀴, 작은 바퀴와 맞물려 내 자리에서 열심히 돌고 있다. 내가 어떤 기계를 돌리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쉬지않고 돌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이탈하여 작지만 나 자신의 기계를 돌리는 톱니바퀴의 중심이 되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기름칠하고 갈고 닦고 있기는 하다만, 나 자신의 큰 그림을 세우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듯 하여 남 사이에 이렇게 끼여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다. 잠을 자고 싶다. 잠이 저절로 깰만큼 쫓기는 마음 없이 늘 늦잠을 자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꼭 그렇게 살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잠을 자고 원하는 만큼 꺠어있는 사회를 상상했다. 근무 시작시간과 끝 시간을 정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을 채우도록 하는 할당제 근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누구나 다 늦잠을 자고 피부가 뽀얀채로 그 시간에 일어나 있는 사람들끼리 일을 하거나 놀거나 하고, 자는 사람은 억지로 꺠우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다 졸리는 아침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처음 삼은 이는 누구였을까? 아마 굉장한 악취미가 있는 자였으리라... 언젠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자고싶은만큼 실컷 자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게 그리 멀지 않았으리라 예상해본다. 그만큼 노력할 것이고, 치열하게 살아가야겠다. 하지만 내일의 나는 또 출근을 해야되니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